2014년 4월 29일 화요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줄거리★

영원히 그리울 사랑의 기억 잊혀지질 않아 그 겨울, 바닷가... #조제와 나의 추억의 한장면..

츠네오는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최근 그곳의 가장 큰 화제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 안에는 큰돈이나 마약이 들어있을 거라고 수근대는 손님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츠네오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치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것이 츠네오와 조제의 첫만남…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손녀를 유모차로 산책시키고 있었던 것.
그녀의 이름 조제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츠네오는 음식솜씨가 좋고 방 안 구석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는 것이 유일한 행복인 조제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예쁜 여자친구도 있지만 웬일인지 자꾸 이 별나고 특별해 보이는 조제에게 끌리는 츠네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워지며 사랑을 시작한다.

★제작노트★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 프랑소와즈 사강 <1년 뒤> 중에서

“츠네오가 언제 조제를 떠날 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곁에 있는 동안 그녀는 행복하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제가 행복을 생각할 때 그것은 그녀에게 죽음과 같은 말처럼 느껴진다.
완벽한 행복이란 죽음 그 자체와 같다.”

- 타나베 세이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중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의 쿨~ 러브 스토리!
일본에서 날아온 또 한 편의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길고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영화의 제목에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과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동물들이 모두 들어있다. 호랑이는 조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겠다던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던 동물이고 물고기들은 조제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자신자신을 투영해낸 존재로, 각각 조제에게 다가온 사랑과 조제가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 제목의 특별한 의미처럼 영화 역시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의 러브 스토리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지난 7월 열렸던 부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작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는 아니었다. 남자 주인공인 츠마부키 사토시를 제외하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감독이나 배우도 없는, 자칫하면 조용히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작품이었던 것.
하지만 영화제를 찾은 날카로운 심미안의 관객들이 좋은 영화를 놓쳤을 리가 없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영화제 관람객들 사이에 잔잔하면서도 강한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는 두세 번 이상 되풀이해서 보는 관객들도 많았고, 그렇게 여러 번 본 관객들이 첫 장면에서부터 눈물을 흘린다는 소문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에 남는 애틋한 여운으로 많은 이들이 부천영화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영화 정보와 감상을 올리면서, 이 작품을 알게 된 영화팬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는 중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에서 단관 개봉으로 시작해 한 극장에서만 1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지난해 일본 인디영화 최고의 흥행작인 동시에,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 일본영화 중 4위를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원히 그리울 사랑의 기억이, 올 가을 당신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 다리가 불편한 소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의 귀엽고도 애달픈 연애 이야기이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간이 흘러 헤어지는 러브 스토리, 어쩌면 단순하고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는 그 이상의 특별함으로 그려진다.
사랑을 둘러싼 잔잔한 일상과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듯 질감이 있고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로 인해 영화는 흔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삶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한 단계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깊이 있고 절제된 연출과, 두 주인공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의 뛰어난 연기가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아직 어린 두 배우의 존재감은 영화 속에서 빛을 발한다. <워터 보이즈>의 귀여운 소년 츠마부키 사토시가 훌륭한 배우로 성장했음을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케와키 치즈루 역시 초라한 현실 속에서도 당당하고 자신을 잃지 않는 조제의 캐릭터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연기한다.
영화는 어느 날 문득 공기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감정의 결을 느끼게 된 것처럼, 빛바래 가는 사랑의 시간을 되짚어 나간다. 시작의 설레임, 빛나는 시간들, 시들어가는 감정 그리고 아픈 이별까지 어느 누구에게나 사랑의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따라가는 두 주인공들의 사랑은 그 과정의 진실함과 충실함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올 가을, 사랑을 경험한 그리고 이별을 경험한 모든 이들을 위로해줄 최고의 선물이 될 영화가 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달콤쌉싸름한 소설의 매력이 스크린 위에 다시 태어났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야마다 에이미…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한국에서도 꽤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 소녀 취향의 경쾌하고 감성적인 표현, 겉으로는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연애 이야기처럼 보여도 아픈 사랑과 실연 조차 더없이 쿨하게 그려내는 정서 등 그녀들의 소설 속에는 공통적인 특징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들의 소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듯한 쿨하고 감각적인 러브 스토리이다.
영화의 원작 역시 이들 소설가들의 대선배격인 76세의 여성 작가 타나베 세이코가 쓴 소설이다. 타나베 세이코는 전후 일본의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러브 스토리는 그녀가 즐겨 다루던 장르였다. 20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단편인 원작 소설이 조제와 츠네오가 서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시들어가는 과정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영화는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고 또 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담고 있다. 신인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1년 가까이 각색한 시나리오는 원작 소설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닌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떠올리는 여주인공 조제의 삶에 대한 절실함은 소설에서건 영화에서건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 아름다운 배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흔하고 진부한 연애 영화 이상의 감동적인 드라마로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살아숨쉬는 듯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두 주연 배우들의 호연이다. 전형적인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약점을 간직한 불완전한 존재인 츠네오과 조제. 이들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가가고 싶지만 두려워하고 사랑하지만 비겁할 수밖에 없는, 이기적인 우리 자신 말이다.
하지만 츠네오만큼 누군가를 아끼고 스스로에게 정직할 수 있는지, 또 조제처럼 단호하고 세상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지, 영화 속 이들은 그 어떤 멋진 주인공들보다 아름답다. 그리고 이 두 주인공의 캐릭터들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순수함과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꽉 채워낸 그들의 연기력이다.
일본 아이돌 스타가 되는 관문인 미소년, 미소녀를 뽑는 오디션 출신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 미모를 앞세운 10대의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CF와 TV 그리고 영화를 시작했던 이들은 어느덧 20대 초반에 이르러 진짜 연기자로 탈바꿈 하고 있다. 그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런 그들의 빠른 성장에 기폭제가 되어준 작품일 것이다. 그들은 영화 속 두 주인공 츠네오와 조제가 성장하며 삶의 깊이에 한 걸음 더 내딛은 것처럼 배우로서의 깊이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차곡차곡 쌓이고 모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영화화되기까지의 과정은, 영화 속 영상들과 ‘사나이’의 사진들, ‘D’의 일러스트 그리고 ‘쿠루리’의 음악이 하나 둘 어우러지며 조제와 츠네오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고 모이면서 완성되었다.
2000년 11월, 쿠보타 오사무 프로듀서는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의 소개로 타나베 세이코의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읽었다. 그는 소설 속에 담긴, 희망과 절망 그리고 행복과 죽음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진실에 주목하게 되었고 가능한 한 빨리 영화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던 중 이누도 잇신 감독이 쿠보타 프로듀서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영화들은 아름다움, 기이함, 어리석음 그리고 비극 등 세상의 모순들에 대해 잔인할 만큼 냉정하고 조금도 감상적이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는 그런 절제가 분명히 필요하리라 여겨졌다. 그리고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웹사이트에서 쿠보타 프로듀서가 직접 발탁했던 시나리오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의 캐스팅 또한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다.
드디어 완성된 각본, 그런데 그대로 찍으려면 처음 생각했던 소규모의 제작비로는 부족했다. 쿠보타 프로듀서는 히트작 <핑퐁>의 제작을 맡았던 아스믹 에이스(제작사)의 오가와 신지 프로듀서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어버린 오가와 프로듀서는 결국 제작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16mm로 찍었어야 할 영화는 완전히 새로 지은 ‘조제의 집’ 세트에서 35mm로 촬영되었다.

그곳에 조제의 집이 있었다!
단정하면서도 낮게 드리워진 햇살, 나즈막한 건물들과 조용한 거리, 그 한 켠에 조용히 들어서 있는 조제의 집…
이누도 잇신 감독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촬영지를 찾아다니며 가장 많이 고심한 것은 조제의 집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오사카였으나 촬영을 하기로 결정한 곳은 동경 근처의 신도시인 도다. 평범하면서도 빈 땅이 많고, 강이 있으면서도 밀집되어 있지 않고, 거리도 있는 그런 마을, 그런 곳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한 이누도 감독은 어딘가 공허하면서도 건강함과 강인함이 엿보이는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영화 내내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조재의 집은 그렇게 비어있는 듯 보이는 또 한 켠의 공간을 꽉 채워주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제의 집은 천장도 비추어지기 때문에 로케이션 세트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실제는 완벽하게 새로 디자인해서 지은 스튜디오 세트에서 촬영되었다.

<연출의도>_이누도 잇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사랑이 어떻게 한 소녀를 변화시켜나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판타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환상은 곧 깨져버리고 현실이 어떤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현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을 발견하지만, 그녀가 절망을 느낄 때 그녀의 약함 뿐 아니라 그녀의 힘과 용기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대사가 아닌 여배우의 외양으로, 추상적인 것이 아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녀의 힘과 용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관객들이 그것을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느끼기를 원했다. 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너무 많은 감정의 기복이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 목표는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그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함께 겪으면서 시작한 곳으로부터 이만큼까지 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종류의 느낌이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더 어울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감상이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을 묘사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을 묘사하는 것이고 또 삶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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